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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해결책을 찾는 법을 공부합니다

콤퓨타 공부/데잇걸즈 리뷰

[데잇걸즈 5기 후기] 데잇걸즈 5기 2달 수강 후 느낀 점들

study_data 2021. 8. 9. 00:30

오지선다에서 답을 고르고, 풀이과정을 외우는 한국의 교육과정에 지친 저에게 사회학은 새로운 세계와도 같았어요. (MBTI신봉자는 아니지만 ENTP들은 주어진 형식적 수업보다 토론식 수업에서 더 두각을 나타낸다고...! 맞다!! 정말 그렇다!!) 아무도 정답을 요구하지 않고, 이론의 큰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나의 문제로 당겨오는데 주안점이 있는 학문이 사회학이라 더 마음이 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사회학의 매력에 푹 빠져서 대학원을 진학했는데, 진학하고 보니 가이드라인없이 굴러가는 논문 쓰기가 참 어려웠어요. 가이드라인이 없다는건 창의력을 극대로 발휘할 수 있지만 동시에 길을 찾기 위한 감은 알아서 획득해야한다는 이야기니까요. 박사과정을 준비하다가 회의감을 느낀 건 이 지점에서였어요. 뚜렷하게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도 보이지 않는데다가 코로나 상황이 겹치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써내려가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서 글을 쓸 용기가 나지 않더라구요. 나는 혼자 지낼 수 없는 e형 인간인데,, 내 전공 논문은 '사회운동'인데,,, 사람들 절대 못 모이고 집회도 없어,, 하면서 슬퍼하는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이 고민은 의외로 메일 한통으로부터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시간을 거슬러가보자면 말이에요,, 워낙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좋아하는 성격 덕에 학교에서 이렇다 하는 공모전이나 프로그램들을 잔뜩 신청했었는데 2년 전 패기로운 대학 재학생 시절 데잇걸즈라는 곳에 지원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 재학생 신분이 걸려서였던지 서류에서 광탈했고 이후로 통계론 수업에서 C와 D를 연달아 껴안으며 숫자와는 정이 뚝 떨어져버렸습니다. 난 하얗게 불태웠는데 내 성적표는 정말로 하얗게 변해버렸다...광광..! 그런데 당시 지원을 했던 사람 목록에 제가 들어가있던 것인지, 이번에도 데잇걸즈를 운영하니 지원해보라는 메일이 한 통 와있었어요.

 

그래, 어차피 박사과정도 고꾸라졌는데 데이터 공부해보자

 

이런 생각을 가지고 데잇걸즈에 지원했고 결과적으로 합격했습니다. 사실 이 문장으로 함축하기엔 너무나 많은 고민들과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있었어요. 서류부터 면접, 합격 후기까지는 네이버 블로그 플랫폼에서 다뤘어요. 어렵게 시작한 데잇걸즈였는데, 결과적으로 제 삶에서 지금까지는 큰 전환점이 되어주고 있어요. 좋은 동료들, 훌륭한 선생님, 친절한 기획자들, 탄탄한 커리큘럼까지.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들을 모아놓은 것이나 다름없었죠! 2달동안 이 집단에 속해있으면서 제 삶에선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보니 이렇게 좋은 가르침을 주고 싶어 만나는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게 됐고, 좋은 동료들 덕분에 포기하는 것 대신 끝까지 버텨보기와 함께 멀리가기를 배웠습니다. 정말 좋은 동료들에 대해선 오조오억번 얘기해도 여러분은 오조오억번 들어줘야 합니다..! 제가 데이터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만들어준 사람들이니까요!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로 간다
쿼리 이해하지 못한 사람 한 명도 없이 다 안고간다
_팀원 중 한 분이 슬랙에 남겨주신 글 中

 

My SQL, Python, HTML, CSS, Javascript까지 수없이 많은 수업들을 들으면서 이해가 안됐던 순간이 너무 많았어요. 사실 거의 6년-7년간 사회학만 공부했는데 전혀 다른 영역의 공부가 쉽게 이해될 리가 없죠. 그런데 이게 참 무서운 게 머리로 알고 있어도, 이 순간들이 모이다보면 '내가 왜 이것밖에 못하나'라는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는거에요. 여기에서 저에게 동력이 되어줬던 건 바로 팀 프로젝트였어요. 저희 팀은 mode에 등장하는 야머의 검색기능에 대해 분석하기로 했었는데요, SQL쿼리가 너무 길었고 서로 얽혀있는 서브쿼리들 때문에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역시나 역시나 저는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죠. 그런데 '전 이해 못했어요..'라는 말에 많은 분들이 자신 역시 그렇다고 동의해주셨어요. 내가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모르는 것을 질문하기가 더 쉬운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었어요. 전 아마 이 팀에서의 작업을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혹시 취업을 하게 된다면 좋은 팀이 있는지, 어떤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잘 봐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때인가 한 강사님이 수업시간에 하신 말씀이 아직 기억에 남네요. 이렇게 데잇걸즈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이유는 여러분이 계속 남아있길 바라서라고.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을 잘 알고 있다면 당연히 수업에 따라오기 쉽겠지만, 여러분들의 삶의 경력이 다양한만큼 어떤 툴에는 슥삭슥삭 작업을 잘하고 어떤 툴에서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것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사실,, 모든 공부에 머리를 쥐어싸맨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강사님은 어려운 툴에 붙잡혀 '왜 난 이것밖에 안될까'하는 것보다 쿨하게 그 툴을 놔주고 다른 것들을 공부해도 괜찮다고 하셨어요.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지도를 그려놓았으니 그 지도를 참고하라고도 해주셨습니다. SQL 못해도 Python 잘하면 괜찮고, 혹시 HTML을 다루기 너무 어렵다면 다른 것들을 해도 되니까 천천히 조금씩 꾸준하게만 나아가면 된다고 응원해주셨어요. 그래, 이런 분위기가 그리웠던 것 같아요. 천천히 나아가도 괜찮다고. 우리 함께 가보자고. 이런 말을 하는 곳이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내면서 같이 걸어갈 수 있는 공간이요. 성과보다 실존적 인간이 더 유의미한 가치를 가지는 곳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일은 콤퓨타가 해낼테고, 사유하는 일은 인간이 해낼테니까요! 사유와 연대가 더 세상을 멋지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저는 앞으로도 계속 방법론으로써 데이터를 공부해보고 싶어요.